내가 대학원에 다니는 이유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공상무님의 대학원에 대한 글을 보다 습관처럼 일터와 학교와 집을 찍고 다니고 있는 내가 대학원에 무엇 때문에 갔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대학원을 이유를 짧게 말하라면 뭔가 계속 배우려고 하는 욕심과 때마다 적절히 내 앞에 나타나 준 좋은 사람들 덕분일게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난 어렸을 때 그리 공부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아니 더 쉽게 말하면 뒤에서 맴돌던 아이였다. 그렇게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았다. 인문계로 가서 뒤에서 계속 맴돌던가 아니면 실업계로 가서 다른 뭔가를 찾아 보던가…


물론 인문계 진학률을 중요시하던 담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울 시내에 있는 공고로 진학하게 되었다. 다행히 전공에 흥미를 붙여 학교를 다니던 중 전공과목의 선생님(지금은 그 학교 교감으로 재직)의 권유로 4년제 대학에 가진 못했지만 전문대까지 졸업하게 되었다.


사회생활 시작 후 몇 군데 직장을 거쳐 나에게 많은 기억과 좋은 경험을 남겨준 웅진에서 기업교육업무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중간에 좀 더 배우고 싶어서 방송대나 편입도 준비해 봤는데 혼자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어서 결국은 포기…

그러던 중 다시금 배우고자 하는 맘에 불을 지피게 된건 참 별거 아닌 일이었다. 


사람이란게 참 사소한거에 자극이나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그 당시 팀장님과 거래처 담당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에 첫 대면에 의례 물어보는 ‘학교는 어디 나오셨어요?’가 발단이었다. 그 순간 나보다 먼저 팀장님이 ‘윤대리는 OO대’를 나왔다고 내 소개를 대신 해주셨는데 순간 그야말로 번쩍했다.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그냥 말하면 어디가 어때서... 실수인가?

 내가 다닌 전문대가 4년제 대학교와 같은 재단인 곳이었는데 그냥 어느 순간에 나는 4년제 대졸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팀장님의 실수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괜한 자격지심에 꽤나 맘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 덕분에 사이버대 교육공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사이버대를 졸업 후, 내가 친형이상으로 생각하는 형님과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그분이 내게 “주용아, 너 대학원 갈 생각있냐?”하고 물어 보셨다.

그래서 실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있다고… 

근데 애들도 있고 직장생활을 해야 하니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솔직히 부담은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형님이 하는 말이 “너 그렇게 가고 싶은데 못가면 나중에 많이 후회한다.”라고 하시면서 돈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되면 입학금은 자기가 대줄 테니 일단 한 번 지원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럼 알았다고~ 한 번 지원해 보겠다고 해서 결국 OO대 교육대학원의 인재개발교육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근데 그 형이 입학금은 내주지 않았다. 그냥 술 마시고 기억 안나는 일로… 그래도 날 생각해서 그런 말까지 해준게 정말정말 고맙다는…)


석사과정을 다니며 성적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치는 않았다. 다만 졸업 할 때 괜찮은 논문 하나 쓰고 싶은 욕심과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었다. 

논문 주제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것이 팀장의 리더십이 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일 미치는지 알고 싶었는데 그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잡은 주제였다. 

그 당시 팀원으로 근무했을 때 사수를 잘 만난 덕분에 일에 대한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끼던 시절이었고, 다른 리더들과 비교했을 때 저 분은 뭐가 다르기에 밑에 있는 팀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지 궁금했었고 그걸 가지고 논문을 썼고, 완벽하진 않지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석사 졸업 후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사귀냐는 소릴 들을 정도로 친해진 석사 동기의 추천과 지도교수님이 기회를 주신 덕분에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석사과정이 팀원시절에 내가 느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닌 시간 이었다면 지금은 팀장시절에 내가 궁금해하던 것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려고 다니고 있다. 물론 아주 열심히 학구열에 활활 불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석사 때 가졌던 마음처럼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다니고 있다.


졸업은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만약 졸업을 하게 된다고 했을 때 무엇인가 크게 바뀌리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분과 때때로 느끼는 성취감에서 작은 만족을 느끼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조직생활을 하며 회사의 성장과 함께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은 하곤 했다.


학교를 가지 않고 그 등록금으로 다른 자격증을 따거나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우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결론은 지금 할 수 있을 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건 아니다… 


몸으로 뛴 만큼 벌 수 있는 현재 내 직업에서 학교 수업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굉장한 손해이다. 어느 분이 “박사과정하며 배부를 순 없다”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수입이 적어도 한편으론 당연한거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으며 손가락을 빨고 있다는...


3년 전에 웅진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될 때 걱정이 많았다.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근데 그 땐 고민만 했지 뭐 하나 해보는 것도 없었다. 

지금도 같은 질문과 생각을 한다.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근데 지금은 그 때 만큼 마음을 누르는 돌덩이는 사라 진 것 같다. 

비록 조금 덜 벌고, 정신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지만 배우며 조금씩 성장한다는 느낌과 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좋은 사람들이 나타나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 내 맘을 더 즐겁게 해준다.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코스웍 마지막 학기이다. 

석사 때처럼 끝날 때까지 휴학 같은거 하지 않고 쉼 없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고, 요즘 자칫 멍해질 수 있었던 시기인데 좋은 글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좋은 인연 공상무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중학교 때 키는 제일 작아서 교탁 앞에 앉고, 성적은 제일 뒤에서 맴돌던 그 아이의 막연한 꿈은 커서 선생님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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